내가 만난 세상은 전규원의 행복한 라디오 코너입니다. 중증지체장애인 저 전규원의 외출기록이지요.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대구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대구영화영상문화를 위해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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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정원입니다.
저는 대구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정원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2000년도에 창립을 했고요, 대구경북의 독립영화 제작과 다양한 영상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현재는 대구 단편영화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매년 여름 영화제를 통해 전국의 영화인들이 대구에 모여서 다양한 네트워킹도 하고 있죠.
독립영화는요.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는 좀 다릅니다. 독립영화는 창작자의 의도와 시선이 좀 더 중시되는 영화고요, 독립영화에서 독립이란 자본과 배급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비상업적 자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합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감독님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4년 전부터는 대구영화학교도 생겨서 신인 감독들도 많이 활동을 하고 있고 협회를 중심으로 영화 제작도 진행 중입니다.
단편 영화는 40분 이내를 단편 영화로 분류하는데 3분짜리, 10분짜리, 40분짜리 영화도 있고 다양합니다. 저를 만든 영화라면 많은데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대구에서 촬영되었던 최창환 감독님의 “그림자도 없다”라는 단편 영화입니다. 제작된 지 10년이 훨씬 넘은 작품인데 당시 대구 동성로, 북부정류장 등을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외국인 노동자가 대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어떤 환경들, 관계들을 다룬 영화여서 좀 충격적인 부분도 있었고 고민과 생각이 많이 든 영화였죠. 저에겐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감독 감정원의 첫 장편영화 ‘희수’
작년 연말에 전국 개봉을 했고 현재는 대구 오오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는 저의 첫 장편 영화 ‘희수’는 대구 비산동 염색 공단을 배경으로 촬영했어요. 비산동 염색공단에서 일을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거든요. 염색공단은 제가 대구에 살지만 사실 자주 가본 공간은 아닙니다. 부지도 넓고 오래되기도 했고 또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들이 궁금했어요. 3호선을 타고 지나가다 보면 공단에서 연기가 엄청 많이 뿜어져 나오잖아요. 그 모습이 되게 신기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독립영화 같은 경우에는 감독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도 만들어야 되고 제작 회의, 장소 섭외, 촬영, 편집, 색 보정, 음량 작업이나 후반 작업까지 진행을 해야 되니까 아무리 짧아도 제작 기간이 1년 이상은 걸리는 것 같아요. 독립영화는 창작자의 의도나 시선이 중시되는 영화여서 상업영화를 접할 때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재미있고 다양한 소재들이 많으니 독립 영화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공간에서 시작해요.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저는 글쓰기 전에 주요 공간들을 다 확정을 해두는 편이에요. 공간들이 확정되면 그 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명확히 있잖아요. 그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는 거죠. 영화 ‘희수’처럼 비산동 염색공단을 먼저 보고 나서 거기서부터 상상한 이야기를 쓰는 것 처럼요.
CG로 눈도 내리게 하고 비도 내리게 할 수 있는데 비용이 엄청 많이 발생해서 독립영화에서는 거의 어려워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비산동 염색공단에서 일하는 희수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눈이 소복이 내린 강원도의 겨울을 기대하면서 썼어요. 그런데 그 해 겨울이 엄청 따뜻해서 눈이 하나도 안 내리는 거예요. 너무 아쉽지만 어떡하겠어요. 그런 부분은 포기하는거죠. 사실 영화는 포기의 작업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바라던 부분들을 영화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포기해야 될 부분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거는 최선을 다해서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비산동 염색공단에서 촬영 할 때 희수라는 인물이 일하는 공장이 필요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허락을 잘 안 해주시죠. 왜냐하면 그분들의 일터이기도 하고 저희가 들어가서 촬영을 하면 방해가 많이 되잖아요. 촬영 3주 앞두고도 공장을 못 구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예 다른 지역 가서 구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있을 때 실제 공장은 아니고 염색 연구소가 있거든요. 그 공간을 허락받아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화적이고 극적인 공간이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영화를 찍다 보면 그런 운명적인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찍고 싶었죠.
어릴 때부터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었고 중학교부터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좀 일찍 생각 한 편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스무살부터 영화 현장에서 스텝으로 활동을 시작했고요. 올해로 10년차인데 그즈음에 제가 첫 장편 영화를 찍게 되었어요. 앞으로 다양한 영화들을 대구에서 찍고 싶어요. 영화를 찍다 보면 몰랐던 공간들도 알게 되고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도 알게 되거든요. 대구는 이야기가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한동안은 계속 대구에서 영화를 찍을 생각입니다.
* 신청곡 : 정미조의 아,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