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21회)250605]그미의서재_산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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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21회)250605]그미의서재_산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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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산이 웃었다.

사라 도나티/책빛

창가, 화분에 담김 나무 세 그루, 고운 빛을 품은 돌 하나.

회색빛 건물이 창밖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아이의 이름인 아가타. 아가타는 마노를 뜻한다고 합니다.

마노는 석영에 속하는 광물로 다양한 형태의 색을 띠며 행운을 가져다 주고

담대한 마음을 준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아가타가 뒤집어쓰고 있는 이불, 침대, 주변이 온통 마노의 빛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태고적부터 아가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신발도 다 이상한 것밖에 없고 온갖 핑계를 대며 투덜대는 아가타 곁에

눈높이 맞추며 아가타의 말을 들어주는 아빠.

크지도 작지도 않는 조그마한 하얀 조약돌을 건넵니다.

이런 아가타의 주변엔 석영의 따뜻한 빛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마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기운인 듯.

자기 몸보다 더 커져 버린 등산 가방을 메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아가타의 모습이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야영장으로 떠나는 길.

친구들의 재잘거림도, 시원한 계곡물에서 장난치는 모습도 나뭇가지를 모으는 웃음소리도

아가타에게는 낯설기만 합니다.

발아래 솔방울을 따라 무작정 따라나선 오솔길.

언덕을 기어 보고, 계곡 쪽으로 내려가 보기도 합니다. 식은땀을 흐릅니다.

어지럽게 소용돌이 치는 물거품을 보며 자신이 슬프고 화가 난 섬인 듯 느낍니다. 발을 구르고,

무엇이든 부숴버리고 싶고 가슴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는 아가타.

아가타가 지나온 길의 풀이며 나무조차 자리에 누워버립니다.

산마루에 올라 주머니 속의 조약돌을 꺼내 던집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아가타를 휩쓸고 지나갑니다.

세상이 거꾸ㅡ로 뒤집힙니다. 긴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다행히 푹신한 이끼 위로 떨어진 아가타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누운 채 바라본 하얀 꽃과 풀 보랏빛 나비 아가타는 허공을 바라보다 산꼭대기로 시선을 옮깁니다.

그때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지진이 난 것처럼 ‘우르릉’ 산이 흔들리며 아가타의 눈에 산의 코가, 눈이, 그리고 입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부드러운 소리가 땅속으로부터 소곤소곤 속삭이며 올라옵니다.

믿을 수 없는 일, 산이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땅 저 깊은 곳, 땅의 심장에서 올라오는 석영의 밝은 에너지가 아가타에게로 올라옵니다.

흙과 나무, 개미, 풀냄새. 햇볕에 데워진 돌, 짧고 강력한 빛, 폭포. 피어나는 꽃과 시들어가는 꽃,

사라지는 것들과 남아 있는 것들, 부드러운 소리가 소곤소곤 속삭이며 아가타를 에워쌉니다.

눈을 뜨자 아가타는 훌쩍 자란 자신을 만납니다.

평온과 기쁨이 가득한 마음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이끼 긴뿔 사슴 신비한 초록의 빛깔 여태 보이지 않았던 작은 반짝임들을 보여집니다.

딱정벌레가 내어 준 길에 아빠가 준 반들반들 윤이 나는 하얀 조약돌을 만납니다.

아빠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길을 찾아 나서는 아가타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마노 석영의 빛이 주위를 감쌉니다.

태초부터인 듯,

집에서부터 아가타를 감싸고 있었던 환한 빛이 친구들의 환영에 웃고

모닥불이 주는 따스함이 좋고 밤을 안은 포근한 웃는 산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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