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사랑하는 까닭
한용훈 시, 도휘경 그림/이루리북스
그림책 보탬 설명:정금희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는 도로
하얀 눈이 가득 내린 벌판.
한 손엔 가방, 한 손엔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와
하얀 강아지 한 마리
서로 마주 보며 걷고 있다.
금방이라도 눈이 펑펑 내릴 것만 같은
아름다운 겨울 풍경에 마음이 오래 머문다.
‘떠돌이 강아지와 외로운 할아버지의 만남 이야기.
작가의 상상까지 더해 따뜻한 온기를 품은 그림책이 되었습니다.’란
표지에 담겨진 글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조용한 수묵화 닮은 그림에
한참을 머물다
떠돌이 강아지와 할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에
마음이 또 머문다.
모처럼의 나들이였을까?
행복함에 겨워 이리저리 뒹구는
갈색 점박이 강아지 한 마리.
뒷모습 남기고 떠나는 주인.
애써 외면하며 가 버린 주인의 발자국 뒤로
시리도록 하얀 빛 한 줄기 남는다.
번잡한 거리.
다정한 사람들,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 사이로
온통 주인만을 찾는 너의 눈빛.
바이올린 연주하는 할아버지,
내리는 빗물.
돌아가는 사람들.
콧등까지 안경이 내려온 줄도 몰랐을까?
하얀 가로등 불빛 아래
할아버지의 연주는 너만을 위한 선물이었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따뜻한 불빛 새어 나오는 방안.
얼굴 마주 보며 빗물 닦아주는
할아버지의 연두빛 수건이
참 곱구나.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할아버지의 연주,
춤추는 강아지.
행복한 사람들.
이름을 갖게 되었구나. 베베
할아버지와 가족이 되었네.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참으로 따뜻했구나.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은 참으로 사랑스러웠구나.
너와 내가 만나
사랑이 되었고,
사랑과 사랑이
만나 그리움이 되었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
기다림이 되었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눈 내리는 하얀 들녘,
바이올린 켜는 할아버지와
선율 따라 달려가는 강아지 한 마리
눈으로 부르는 노래가 되어
영원한 사랑의 노래가 되었구나.
기적 같은 감동의 연주에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