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12회)20240801]그미의 서재-여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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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여름이 온다

이수지 글, 그림/비룡소

여름이 온다

그림책을 손에 받아보면 두껍고 무거운 판형에 ’우와‘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고이 싸여진 책 싸개.

옆으로, 위로 많이 접힌 부분 살짝 펼치면 여름 콘서트에 초대하는 멋진 포스트가 됩니다.

키 작은 꼬마가 들고 있는 검정 호스 끝,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물방울 분수에서 여름이 옵니다.

’내가 어릴 적 함상 음악을 켜 두신 엄마께’라는 글과 함께

‘이수지와 비발디‘ 그 신나는 여름 1악장 무대가 열립니다.

해는 이글이글, 뜨겁다. 나무도 시들, 우리도 시들시들하다.

그때 뻐국뻐국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노래소리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훅, 바람이 세게 불었다. 폭풍이 오려나 보다.

바리올린 음 조율이 시작되고 무대가 열리며 뜨거운 태양 아래

지친 듯 서 있는 미루나무 세 그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산, 물조리개, 세숫대야, 물총, 수돗가의 검정호스가

한여름 오후의 정적과 함께 펼쳐집니다.

그 여름날의 오후처럼. 시작은 이랬습니다.

분홍 물풍선 한 손 높이 든 소녀의 힘찬 외침과 함께

소녀들의 물풍선이 가득 하늘로 오릅니다.

물꽃송이 마냥 물풍선 방울이 얼굴에서, 엉덩이에서 펑펑 터집니다.

물총 공격 시~작! 물총 끝에서 나오는 세찬 물 줄기가 선율이 되어

물풍선 음표와 함께 어우러집니다.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멈추는 곳 귀저기 찬 막내의 호스 물 공격!

물줄기는 자유로운 선율이 되어 여름 뜰, 여름 하늘을 적십니다.

소곤거리는 아이들 아빠를 향한 공격, 아빠의 커다란 바가지 물 반격

즐거운 아이들의 웃음이 물방울 되어 내립니다.

그 여름 날, 오후의 뜨락으로.

초록 뜰 누워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로 비발디 사계 1악장이 흐릅니다.

2악장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우르릉댄다.

깜짝 놀란 파리들이 시끄럽게 붕붕댄다.‘ 오선 음률이 책을 가득 메웁니다.

물놀이를 끝낸 아이들의 쉼도, 갈길 바쁜 철새의 날개짓도,

엄마를 맞이하는 아빠의 다정함도, 아이들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운율도

오선 위에서 춤을 춥니다.

흰구름이 몰려오고 먹구름도 따라옵니다.

음표들이 모여 비구름을 만들어 내고 아이들의 웃음 닮은 구름 꽃잎이 피어납니다.

강아지도 무지개 물방울을 털어냅니다.

2악장의 여름은 오선지 위에서 무지개를 띄우며 막을 내립니다.

3악장 ’아, 무섭다.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은 쿵쿵쿵 바람은 몰아치고 비가 퍼붓는다.

몽땅 날아갈 듯 춤춘다.

우리 마당의 꽃들은 어떡하지?

바이올린의 가락은 바람이 되고 비가 되고, 번개가 되고, 천둥이 됩니다.

그 여름날의 미루나무도, 아이도, 강아지도 내리는 빗줄기에 몸을 맡깁니다.

주룩주룩 쏴아쏴아 휘리릭 휘리릭 우산이 바람을 따라 여름 여행을 떠납니다.

짙은 회색빛 구름 사이로. 움츠린 두 소녀 주변에 번개가 내려오고 천둥이 칩니다.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칩니다.

짧지만 긴 시간 역경을 이겨내며 여름 여행을 한 우산이 무대 위로 살며시 내려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여름날의 뜨락은 평온합니다.

뭉게뭉게 뭉게구름 미루나무 꼭대기에 앉고 초록은 더 짙어집니다.

이렇게 여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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